[인터뷰] 영화 헤어질 결심 탕웨이
영화 헤어질 결심 에서 미스터리한 여인 서래 캐릭터로 타이틀롤을 맡은 탕웨이 인터뷰 기사 발췌입니다.
<씨네21, 2022년 6월29일 기사>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박찬욱 감독이 구술로 스토리를 설명했다고 들었다.
글과 말 그리고 영화는 각기 다른 영역에 있다.
박찬욱 감독은 어떻게 이 흥미로운 스토리를 말로 전달했나.
탕웨이: 눈으로 인쇄된 문자를 읽을 때도
귀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순간 모든 것을 화면화한다.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상당 부분 영어로 설명해주셨는데 이야기를 너무 재밌게 하셨다.
아마 박찬욱 감독님의 영어를 들은 사람은 한국인 중에도 많지 않을 거다. (웃음)
특히 영화에서 <안개>라는 곡을 사용하는 방식을 묘사할 때 이미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감독님이 이 신을 어떻게 연출할지 몹시 기대되고 흥분됐다.
그리고 두 캐릭터의 설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품위 있으면서 느슨한 해준과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서래가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이다가도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말하기를 탕웨이 배우는
한국어 대사의 발음만 연습하는게 아니라 문법과 의미까지 고지식하게 공부하는 타입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당신은 예전에도 김태용 감독의 <만추>, 마이클 만의 <블랙코드> 등
다른 언어를 쓰는 영화인들과 소통했거나 외국어로 연기한 경험이 있다.
당시 다른 언어를 정확히 이해해야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탕웨이: 아니다. 예전에도 나는 거의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준비했다.
외국어로 연기할 때 대사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표정이 텅 비어 보일까봐 우려된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또 새로운 언어를 공부해야 했다.
감독님이 나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감독님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내고 싶었다.
중국어로 옮긴 <헤어질 결심>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대목은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중국어는 글자마다 고유의 뜻이 있는데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며 단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체계가 다르다.
그래서 한국어 한 글자 한 글자, 심지어 끊어 읽기나 어순까지 제대로 이해해야만
내가 하는 대사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었다.